요 며칠째 아침 잠에서 깨어 주방으로 오면 식탁 위엔 마술이 벌어진다.
오늘 아침엔 하트모양과 원형의 호두 애플파이 두판 . 음식 만들기를 즐기는 딸아이는 방학이 되면 열심히 뭔가 먹거리를 만든다.
지난 여름 부터는 빵 만들기에 열중해 온갖 종류의 케익을 만들었다. 쉬폰케익 고구마케익 슈크림 치즈케익 티라미슈까지 .아이가 만든건 모양새 보다 는 맛이 참 좋다 . 아마도 아끼지 않고 재료를 많이 쓴 탓인가. 특히 부드럽기가 입에 살살 녹는다. 비록 티라미슈컵 바닥에 커피가 제법 흥건했지만 . 아이가 만드것을 먹어 보기 전에는 그 쌉살한 맛이 커피라는 생각을 못했다. 단지 쌉살 향긋한 맛으로 통째로만 맛을 느껐는데 이제는 케익 먹을 때 부위별로, 그리고 전체가 어우러진 맛을 같이 보게 된다.
생크림맛은 빵맛은 가운데 들어있는 크림은 이런 식으로 .. 그리고 배어 먹으면 어떻게 맛이 섞이는가 .
치즈케익은 특히 식구들이 몽땅 좋아하는 터라 만들면 대번에 먹어 버린다. 또 아직 챙피 하다고 이웃에 주지도 못하게 하니 집에 주로 있는 아이와 나는 시도 때도 없이 먹는다. 끼니때 밥도 먹으면서 그래서 마음도 입도 무지 즐거운데 원치 않는 일이 따라 다닌다. 알다시피 그 많은 설탕 버터 달걀.... 치즈 (나도 케익 사먹을 먹을 때 이렇게 많이 들어 가는 줄 몰랐다)로 인해 몸무게가 눈에 보이게 늘어나는 것이다.
그래도 우리 둘은 만들기와 먹기를 포기 할 수는 없었다.
방학 끝나면 살빼지 뭐...이렇게 위로하면서. 그리면서 딸아이에게 제안한게 이제는 케익류보다 이스트를 넣은 빵을 만들어 보라고 . 이스트는 몸에도 좋고 ..... 어쩌고 하면서
사실은 이게 살이 덜 찌고 가계에도 도움이 될거 같아서이다. 기왕에 사먹는 빵 대신 식사로도 쓸 수 있는 것이니. 케익은 아무래도 식사 대용이 안되고 꼭 과식을 하닌까 말이다.
초저녁 잠이 많은 내가 잠들어 버린 시간에 아이는 이스트로 반죽해서 얄팍한 피자를 구웠다. 이태리 사람이 즐기걸 같은 도우가 얄팍한. 이대후문 제시카에서 먹어본 것처럼. 내가 자는 밤에 혼자서 만들어서 식탁위에 올려 놓는다. 요 며칠동안.
그래서 나는 아침이면 매직에 걸린다. 그런데 어쩌랴 눈뜨자마자 한조각씩 먹지 않고는 못 배기 겠으니 . 올 겨울도 내 살이 만만치 않게 기세 등등 하게 될 것 같다.
정말 세상엔 다 좋은 게 없나보다. 아이의 손길로 된 달콤한 케익도 한편으로 작은 걱정을 달고 들어오니. 차라리 그것 조차 즐거야 될까보다. 뛰면서 먹자 .아니 먹고 나서 뛰자 아니면 춤추자로 완투 차차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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