팦죽이야기 두개
어느날 며느리가 가마솥에 팥죽을 끓였다.구수한 냄새가 온집안에 퍼졌다.
걸죽한 팥죽 위에 동 동 뜨는 새알은 얼마나 먹음직 스러운가
집안에 남아 있던 시아버지는 그 냄새에 혹시나 한 그릇 줄가 기다려 보았지만
아무 기척이 없다. 아이고 먹고 싶어라
살그머니 방문을 열고 마당을보니 며느리가 물동이를 이고 나가는게 아닌가
우물에서 물을 길어 오려면 좀 시간이 걸리겠지.
얼른 부엌으로 간 시아버지는 팥죽을 한 그릇퍼서, 아무도 없는 집이지만 혹시 누가 볼가
집 뒤켠 굴뚝 옆으로 가서 먹기 시작 했다.
물을 길어 온 며느리가 보니 뜨락에 아버님 신발이 안 보인다.방문을 열어 보아도 역시 안계신다. 마실을 나가셨나 . 식구들이 오면 ...내 몫이 있기나 할까 에라 배도 고픈차에 죽을 한그릇을 퍼서 얼른 집 뒤쪽으로 갔다.
그런데 웬 걸 거기 아버님이 계신게 아닌가 .
당황한 며느리왈
<아버님 여기 계셨네요 팥죽 한그릇 드시라고 떠 왔어요.>
얼른 팥죽 그릇을 내밀었다.
호들짝 놀란 시아버지 왈
<아가 됐다. 안 먹어도 팥죽 같은 땀이 줄줄 흐른다.>
죽을 먹다가 며느리가 오는걸 본 시아버지는 너무 급한 김에 얼른 갖을 벗어 머리위에다 팥죽 그릇을 숨겼다.
그런데 그 와중에 넘쳐난 팥죽이 이마 위로 줄줄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 * *
어릴적 어머니에게서 동지가 되면 몇번이고 들었던 이야기인데 이제 내아이들에게 해주는 이야기다.
옛날 초가집 흙벽이 보이는 뒷켵 그리고 돌담이 있는 시골집 정경을 더 올리며, 팥죽 한그릇도 배불리 먹기 힘들던 시절을 이해해야 팍팍 와 닿는 이야기다.
어른들도 체면 때문에 때론 자식 손주 먹이느라 배부른척 싫은 척 다 먹지 못하던 시절 이었단다.
* * *
간단히 끓이는 팥죽
우선 팥을 압력 솥에 푹 삶는다. 일반 솥은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압력솥은 시간도 별로 안걸리고
부드럽게 삶아진다. 삶은 팥을 껍질 채 믹서에 곱게 간다.(원래는 껍질을 걸러서 팥물을 만든다)
갈은 팥물에 씻어 불려 둔 쌀을 넣고 푹 푹 끓인다.
그리고 새알 대신 찰떡(혹 고물은 씻어서)을 2cm 정도의 크기로 썰어 끓는 죽에 넣어 한소큼 더 끓이고
소금으로 간한다.
** ** **
암튼 난 동지 때 마다 팥죽을 해 보리라 별러 보았지만 엄두가 안나서...... 못했다.
얼마 전 시장 죽집에서 먹어보고 그래 동지가 아니라도 한번 해보자고 시도 했는데 대충 했는데 의외로 맛있다. 어릴적 맛이 났다. 팥죽은 식어서 먹는게 더 맛있는거 같다. 시간도 얼마 안걸리고 쉽다. 압력밥솥과 성능 좋은 믹서기란 문명 이기 덕분 이기도 하다.
'마당있는 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쾌변과 변비의 차이 (14) | 2005.12.13 |
---|---|
요즘 내가 매일 밤 하는 일은 ....? (11) | 2005.11.09 |
드디어 감자탕 (11) | 2005.10.24 |
오늘은 감자탕을 시도 해봐야지 ... (4) | 2005.10.20 |
수사지휘권 ? (5) | 2005.10.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