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으로 갈려면 진주까지 내려 가지 말고 산청에서 59번 국도를 타고 다시 19번 국도를 타면 쌍계사를 갈 수 있단다 . 남편이 운전 할 땐 졸지 않으려고만 애썼지 팻말이나 길이 보이지 않았었다. 어쩌다 거들면 헛소리만 한 꼴이 되어 차라리 가만히 있는 게 도와 주는 자타가 공인하는 길치가 아니었던가 그런데 막상 큰애랑 다니게 되니 그래도 내가 들은 풍월이 더 많으니 팻말을 보고 길 안내를 한다. 산청을 지나 국도를 들어서서 지리산 에 있는 대원사란 팻말을 보고 갔는데 길이 꼬불꼬불 하다. 지리산 민박 마을이 나타나고 길은 중앙선 없이 산자락을 타고 심하게 꼬불거린다. 이거 아무래도 길을 잘못 들어 선거 같다. 그래도 그냥 갈 수밖에.... 길다란 계곡이 나타난다. 계곡 양편을 바위로 잘 쌓아 놓았다. 주변에 민박 집도 보인다. 여기가 그 유명한 백운동 계곡인가 .... 아무튼 유명한 곳이긴 한 것 같다. 한없이 달린 것 같은데 드디어 파란 물이 보인다 아 드디어< 섬진강이다 .> 딸에게 소리 쳤다. 이 강을 따라 가면 쌍계사가 나올거라고 ... 물론 하동이 가깝다는 기쁨에 찬 소리였다 .
<아니것 같은데....>. 심드렁한 딸의 목소리에 다시 한번 강조 했다.
< 이렇게 물이 많은데..틀림 없어 강이야 여긴 섬진강 밖에 없어.>
좀 지나 가니 물꼬리가 안보인다 아직 산 중탁이다. 저수지였다.
한없이 연결된 지리산의 자락에 반해서 고개를 바깥에 고정 시켰지만 여전히 어딘지 알수 없다. 아직 서툰 운전에 바깥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는 큰애는
< 너무하다 고부랑길 제발 그만 >..... 그러고도 3번더 나는 <이번에는 진짜 섬진강~이다>을 외쳐 됐다.
오히려 시퍼런 물이 골짜기 가득 끼여 있는건 저수지다는걸 깨닫기위해 섬진강이다를 4번이나 반복했던거다.
허참 이러니 딸에게도 좀쪽 팔리긴 하다. 나중에 하동읍내를 지나 진짜 섬진강이 나왔을 때 강이란 길에서도 둑에서도 한참을 내려간 곳에 물이 흐르고 물옆 주변엔 모래나 자갈길이 있는 그런 거라는걸 확실히 알게 되었다. 내 나이가 몇 살인가 .
저수지 사건?으로 입을 꾹 다물고 가는데 지금 우리가 국도를 지나는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도는 최소한 중앙 차선이 있을 텐데 계속 차선도 없는 외길로 만 왔다.
<잘못 온거 같아 이건 국도가 아냐 >
< ....진작 애기 하지 국도가 어떤건지 내가 어떻게 알아 ...>
기껏해야 일산 분당 학교 정도만 다녀 보았던 아이였다. 이미 오후 3시가 넘었다. 좀더 헤매다 산 속에서 밤을 새겠다. 걱정도 은근히 되었다. 좀 지나다 보니 고속도로처럼 생긴 길이 보이고 중앙선이 있는 큰길이 나왔다. 국도 20번이란다. 왈칵 겁이 났다. 도대체 어디야 ... 나중에 알고 보니 그 고속도로처럼 엄청나게 넓은 길이 우리가 찾던 국도 59번이었다.
그래서 차를 세우고 길을 물었다 지나가는 봉고차를 세웠다. 마침 청학동 사람이다. 갓을 쓰고 한복위에 무스탕을 입었다. 차 안에는 초등학생쯤 보이는 아이들이 가득 있었다.
서당을 가는 아이들인가.....
59번 국도를 물어야 하는데 실수로 19번 국도를 물었다. 59번 국도 바로 옆에서. 모르겠단다.
순간 속으로 역시 청학동 사람이구나 길을 모르구나 했다.
나의 이 촐싹거리는 가벼움.
하동에서 섬진강을 따라가는 길이 19번인데 충분이 모를수 있는데
미안해하며 청학동 아저씨는 청학동을 지나서 가면 안되겠냐며 자기를 따라 오란다.
청학동 입구쯤 오자 이쪽으로 가라고 가르켜 주고 청학동 아저씨는 옆길로 갔다.
막상멀리 기와 집이 보이자
기왕 이곳 까지 왔으니 청학까지 가지고 했다. 그래서 또 몰ㅡ는 길로 가게 됐다. .
청학동 구석 지리산 자락을 실컷돌다 어두워 질 무렵 어찌어찌해서 우리는 59번 국도를 다시 들어갔다. 덕분에 나는 지리산 능선 구경을 실켯 했다. 댐을 지나면서 팻말에 보이는 자명을 적어 보았다. 청암 .조이랜드 청학텔 청학 가막촌 힝천 농협 매실 농장 하월 마을 유평 마을 당곡마을 원곡마을 적량면을 지났던 것 같다. 입 실수로 그후 3시간 정도 헤맨뒤 우리는 59번 국도를 만났다.
드디어 하동 읍내 .....
쌍계사 최참판댁 화개 장터의 안내 팻말이 보인다.
드디어 왔구나
캄캄한 속에 우리는 쌍계사에 도착했다.
차를 주차장에 세우고 희미한 음식점 간판을 따라 가니 민박도 한단다. 거기서 묵기로 했다.
산채 정식과 해물 파전을 먹고 정해준 방에 들어 갔다. 씻고 나니 따끈한 방에 졸음이 온다
아직 9시도 안되었는데 ... 밖에 나가 좀 걸어 보자고 했는데 난 그대로 잠이 들었다.
그때 칠흑 같은 밤에 하늘의 별을 못 본게 두고 두고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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