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천은 사기열전(노자한비열전)에서 노자가 도덕경이라는 책을 남기게 된 사연을 기록하고 있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노자는 무위의 덕을 닦아 그 자신을 숨겨 이름이 나지 않도록 힘썼다. 오랫동안 주나라에 있었으나 주나라가 쇠약해지는 것을 보고 그 곳을 떠났다. 변경의 관문(關)에 이르러, 관문의 우두머리(關令)인 윤회는 말했다. “선생님께서 이제 운둔 하시려하니 무리가 되겠지만 저를 위하여 글을 지어주십시오.” 그래서 노자는 상하 2편의 책을 저술하여 도덕(道德)의 뜻을 5천여자의 문장으로 남기고 떠났다. 그 후 아무도 그의 최후를 알지 못한다.
노자는 왜 상하 두 편의 글을 남겼을까?
마왕퇴에서 발견된 백서(帛書)에는 덕경(德經)이 앞에 나와 있고 도경(道經)은 뒤에 붙어 있었다. 그리고 오늘 날 우리가 보는 81장의 단락이 나뉘어져 있지 않았다. 그렇다면 덕도경(德道經)이라고 불러야 옳을 것이다. 덕경은 비교적 이해하기 쉬운 현실의 사건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도경은 상당한 사색을 필요로 한다. 일반적인 주석서가 도경이 집중되어 있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이 순서를 그대로 따른다면 노자는 현실의 무제를 먼저 다루고 나서 좀더 본질적인 문제를 다루었다고 추리할 수 있겠다.
어쨌든 필자는 여기서 도덕경을 한 권의 책으로 남기지 않고, 상 하 두 편으로 남긴 노자의 의도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노자가 덕경에서 말하고 하는 뜻은 무엇일까?
왜 따로 도경과 덕경을 별개의 편으로 남겼을까?
결국 덕경의 전체적인 흐름을 살펴봄으로써 이 의문을 풀어야 할 것이다.
덕(德)이란 도를 따라 학습을 하거나 수행했을 때 얻어지는 결과이다. 공자는 위령공 편에서 사람이 도를 넓히는 것이지, 도가 사람을 넓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子曰 人能弘道 非道弘人). 도(道)를 선택하여 실천함으로써 나타난 결과가 덕(德)이다.
춘추전국시대의 큰 사상적 흐름이던 유가(儒家)와 법가(法家)는 백성을 다스리는 수단으로 예(禮)와 법(法)을 선택하였다. 백성은 예 또는 법을 따름으로써 그 덕으로 백성에게는 행복과 질서가 오게 되고 국가는 장구하게 유지될 수 있다고 하였다. 유가와 법가의 이상(理想)은 이미 도경에서 논의한 바와 같이 백성의 도덕성 회복과 국가의 안녕과 질서이다.
노자가 덕경을 남긴 문제의식은 여기에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인의(仁義)와 예(禮)를 닦아 나가는 그 실상은 무엇인가?
인의예(仁義禮)는 인간에게 무엇을 요구하는가?
군신인의(君臣仁義)의 도를 주장한 학자는 그 도를 닦은 결과 완성된 덕을 현실에서 성취하였는가?
신하로써 왕을 충성으로 존경하였을 때 왕은 예(禮)와 믿음(信)으로 대하게 되었는가?
백성은 과연 예와 법을 따르게 되었는가?
끝없이 스승을 찾아 예와 법을 학습하는 동기는 무엇인가?
금지하는 것이 많아질수록 백성이 가난해지고 법령이 강할수록 도적이 많아지는 모순은 어디에 그 이유가 있는가 ?
인(仁)과 의(義), 예(禮)를 추구한 유가의 도는 과연 현실에서 실현가능한 덕치인가?
법은 과연 백성의 복종을 얻는데 성공하였으며, 백성은 법을 따름으로써 행복과 질서를 얻었는가?
예를 익힘으로써 현실적으로 도덕을 회복하고 행복과 질서를 얻었는가?
노자는 덕경에서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 필자는 그래서 도경과 덕경이 각각 다른 문제의식을 가지고 쓰여 졌다고 생각한다.
노자는 도경(道經)을 통하여 당대 유가와 법가의 도(道)가 인간과 사물의 실상을 조작하고 왜곡하고 있음을 밝히면서, 인간과 사물이 걷는 자연적 길(道)을 해명하였다. 노자는 유가와 법가가 주장하는 도(道)는 인위적이며 실천 불가능한 것을 주장하였다. 그 근거로현실은 무질서하고 혼돈이라고 주장하는 유가와 법가의 현실인식이 시비이해(是非利害)의 규범의식(規範意識)에서 나온 주관적인 판단임을 밝혔다.
노자는 도경에서 무질서와 혼돈을 시비이해의 분별없이 경험했을 때 오히려 자연적 질서를 경험할 수 있다고 하였고, 그 객관적 경험방법을 제시하였다.
이어서 노자는 덕경(德經)에서 유가나 법가의 도를 선택하고 실천했을 때 얻어지는 덕(德)의 형성과정과 그 성격을 문제 삼고 있다. 노자는 당대 유가와 법가의 덕(德)을 비판하면서 도가(道家)에서 말하는 덕(德)을 설명하고 있다.
덕경(德經)은 법이나 예를 시행한 결과 나타나는 당대 전국시대의 현실을 다루고 있다. 세금으로 백성이 가난한 삶을 살아야 하는 현실, 상과 벌을 지나치게 함으로써 백성이 목숨을 내놓고 공을 얻으려다 오히려 죽음을 당하는 일, 예와 법을 익히고 정치에 참여하는 지식인이 오히려 부귀를 탐하는 모순이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다.
노자의 주장은 도경과 덕경에서 일관되게 서술되어 있다. 그러나 도경과는 별도로 덕경을 따로 전한 노자의 뜻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덕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도경에서 이미 설명했듯, 덕경 또한 글 전체를 하나의 흐름 속에서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 * *
내게 불교에 대해서 알게 해주었던 지인의 <불교생각>이란 까페에서 퍼은 글이다.. 원래 부처가 살았던 당시의 불교에 최대한 충실해서 그 뜻을 헤아릴려는 그는 노자와 장자에 대해서도 내게 많은걸 가르켜 주었다.
<노자는 도경에서 무질서와 혼돈을 시비이해의 분별없이 경험했을 때 오히려 자연스런 질서를 경험할 수 있다고 하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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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무질서하고 혼돈스러운 현실에서 살아가면서 부딪치고, 시행착오도 겪으며 한가닥씩 나름의 생각을 정리하면서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것이 질서가 아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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